Day 13 ~ Day ??

빌어먹을, 알게모르게 그동안 탐독해준 몇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지만,
여행기록은 물건너간듯.

전전 날 밤의 과음이 여전히 남은, 알딸딸한 상태에서, 부다페스트에서 소매치기를 만났다. 왠지 모를, 부다, 말고, 페스트 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까, 뭔가, 불안한 마음에, 급하게 떠나려, 아침일찍 호스텔을 나서고, 열차에 앉아 출발만 기다리고 있었다. 창가쪽 자리에 앉아서 옆자리에 가방을 놔두고,  like the flowing river 를 보며, 노래를 들으며, 한껏 마음을 촉촉히 적시고 있는 찰나, 사정없이 문을 두들기며 뭐라카는 한 아랍'새끼'.  2초정도, 뭐하는 거지, 라며 쳐다보다가 이내 쌩까고, 다시 시선을 책으로 돌리고, 그래놓고 약간 불안한 마음에, 옆자리를 보니, 주머니에서 흘러나온듯한 건전지 두개와, 안에서 떨어진듯한 가이드북, 그리고 휑, 그 상황을 인지하는데 약 0.3 초정도, 곧장 뛰쳐나갔다, 저만치  CK 가방을 들고 조낸 튀는 검은 자켓의 남자 발견, 추격, 경찰이 보이길래, 저새끼 잡으라고, 물론 영어로, 떠들면서 갔지만, 멀뚱히 쳐다만 보는 이분들, 공사장으로 튀더니 사라진 녀석, 막 뒤지고 싶었다만 찾을 보장도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약간 무섭기도 하고=_= 무엇보다 열차 안에 남겨진 나머지 가방들이 불안해져서 돌아왔다. 가방을 챙겨 열차에서 내려 아까 그 경찰들을 보며 뭐라고 신경질을 냈더니, ,,,묵묵히 듣다가,,, '.................................' 민망하게 쳐다보곤,  'no problem, no problem,'을 연발하며 다정히 손을 잡고 경찰서로 가더라. 그곳에서 폴리스레폿 쓰는데만 5시간정도,, 미친듯이게으른 인간들, 차마 경찰에게 대들 깡은 없기에, 묵묵히, 기다리고, 예정보다 6시간 늦게, 다행히도 스트라스부르행 유로나이트를 탈 수 있는, 시간. 허허허 

분실물은 , 비싼걸론, 맥북, 핸드폰, ,,, 기타 여러 책들과 가디건은 경찰들이 어디에서 주워왔고, ...
맥북안에 들어있던, 그간의 모든 사진들, 뮤지컬, 오페라 공연실황들,, 구하기힘든것들, 주절대며 써놓은 갖은 구절들. 그리고 핸드폰,  USB리더기, 10여일동안의 모든 단상들이 담겨진, 우울함의 결정체인 한 노트, 그 안에 들어있는 일기들, 낙서들, 그림들, 허허,,,,

심각한건 아니지만, 짜증 약간, 분노 약간, 허허허, 어쩌겠노, 왜사냐건 웃지요.

계속 심호흡을 하면서, 뭐하나 걸리기만하면 작살내버리겠다며 뛰어대는 심장을 달래려, 한껏 쉬어온 담배를 피다, 비엔나 행 열차를 타려는 순간, 열차 문을 막고, 싱글 거리며 장난을 치는 아랍 '분' 평소같았으면 그냥 웃었겠지만, 인상 빠악 쓰고 쳐다보다, 들어오면서 침한번 뱉고, 뻐큐 한번 날리니, 덩달아 흥분하시는 이분, 헝가리어인지, 어디말인지 알아들을 순 없지만, 침튀기면서 손가락을 눈앞에까지 밀어대며 뭐라고 하는데, 흐, 약간은 무섭고, 뭐 조금은 오냐 잘걸렸다는 기분, 어디한번 쳐보기라도 하라면서 덩달이 목청 키우고, -내가 그런말을 영어로 할 줄 몰랐다,,, 뭐 제대로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고, 알아들었다는 보장도 없고, 아무튼,- 그렇게 멱살까지 잡아가며 실랑이를 하다가 유야무야 넘어가버린. 빈까지 가는동안 괜히 칼맞을까, 잠도 못잤다.

스트라스부르를 향하면서 곰곰히...고민. 확 한국으로 돌아가버릴까,하는 생각 잠깐 들었지만

어쨌거나, 뭐 사진찍으러 간것도 아니고, 맥북이야,, 보험금 받으면 보태서 하나 다시 사면 되고, 핸드폰이야 이기회에 바꾸면 되고, 기억이야, 어짜피 잊.혀.질. 것들, 이니까. 

내가 떠나온 이 여행은 여전히 진행중이니까, 히히.

그리고 도착한 스트라스부르, 조그만 마을,이라더니, 정말 조그만 마을, 내가 생각했던 파리보다 더 파리에 가까웠던 곳. 유럽 내가 갔던 어느곳이 안그랬겠느냐만, 여전히 날 반기는 태양, 하늘, 구름, 바람. 다만, 야간열차를 타고 아침부터 헤매서일까, 6시쯤 되니까, 서있기도 힘들었다. 10시간 가량 퍼질러 자고, 떠나고, 다시 돌아온 파리.
원래 지금이라면 룩셈부르크에 있어야 하지만, 심적 타격이 없진 않았기에, 그냥, 스트라스부르에서처럼, 퍼질러 앉아 쉬고 싶다는 작은 바람을 들어주기위해, 100만원 가량의 돈이 의도치 않게 묶여 버리는 바람에, 봉착된 자금난에 대한 방도로 저녁을 해결하기 위한다는 핑계로 민박집을 들어가기위해, 파리로 돌아왔다.
빈에서의 민박만한 위치도, 시설도 아니지만, 도착한 지금, 삼겹살나왔다. 한국에서 그렇게 밥 조금만 먹어도 물리던 내가,,,, 밥 3그릇을 먹었다. 덕분에 지금 속이 부대껴서 죽을 것 같지만. 여기에 맥주한잔만 더해진다면 완전 행복할 듯.

한가지 고민이 있다면,  USB리더기 역시 함께 날라가는 바람에, 사진을 어떻게 처리할 수 없다는 것. 내일부터 뭘 찍니ㅋ

흐흐, 보여주고픈 사진들이 참 많았었는데. 고것도 쪼끔 아쉽네.



몰라, 이제부터 정말 쉴거야.

by 회월 | 2007/08/16 04:34 | viaje. | 트랙백 | 덧글(2)

Day 11 - Wien...

비엔나,

왜 애초에 여길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아함과 함께 시작되는 아침.
민박인지라, 가뿐하게 아침밥을 챙겨먹고, 일찍 밖으로 나왔다. 간밤에 놀았던 사람들은, 오늘이면 또 다 떠나겠지, 하는 아쉬움 약간.
주어진 시간이 하루밖에 없는지라,,기타 코스는 모두 생략, 바로 미술사박물관으로 달려갔다. 너무 일찍 오는 바람에 아직 열지 않은 곳. 간밤에 비바람의 여운으로 여전히 몰아치는 바람 속을 돌아다니며, 정말 바람을 쐬었었다. 그리고 입장한,



중세 그림들, 예상했었던 일이지만, 웅장하고, 거대하고, 화려하고, 그러나, 어떻게 보면, 너무나 정직하고, 교과서 같은 그림들. 당연한 내용, 당연한 등장인물들,. 착한 사람이 매력없는 이유랄까, 오히려 1층에 있었던, 이집트, 그리스, 로마의 유물들에 더 감동을 받았었다.




쫓기는 시간을 의식하며, 젠척하지 않고, 과감하게 생략을 해나가면서, 관람을 마치고, 바로, 옆에 있는 레오폴드 미술관으로 이동. 클림트의 그림이 몇개 있다고만 알고 있었지, 그 외의 전시회나 화가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고 찾아갔었다. 정체불명의 몇몇화가들의 그림에서 왠지모를 끌림과 심각한 동요를 느끼고 있었고,, 오늘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수도 있는, 에곤쉴레라는 화가의 그림을 보게되었다.




빈에서 태어나, 16세에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28세에 욪요절한 세기말 천재화가라는, 글쎄, 잘은 모르지만, 클림트의 슬픔, 애틋함 위에 고흐의 그 불안함, 동요, 떨림들이 그대로 담겨있는 것만 같은, 굵은 선, 대담한 색조, 약간은 그로테스크한 구성, 처절하게 드러나는 관절과 근육들, 죽어가는 피부에 조용히 빛을 내고 있는 검은 눈동자,
허허, 숨쉬기도 힘들더라,
무엇인가, 무엇을 하는 어떤것을 보거나 듣거나, 느꼈을때, 온몸을 흐르는 이 자극, 좋다,

클림트,클림트, 그곳에 있는 클림트의 그림은 몇가지 있지 않았다. 어쩌면 대표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키스보다는 오히려 클림트의 사상, 관념이 담겨져 있는 듯한, 철학, 의학, 삶과 죽음, 이런 것들, 뿐, 클림트는 잊어버리고, 계속해서 에곤 쉴레의 방안을 맴돌고, 맴돌고, 맴돌고,

정신을 차리니, 어느덧 3시, 마지막 남은 곳을 향해서 또 달려갔다. 가만히 구경만 하고 가면 될텐데, 계속 뭐 하나씩 사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 계획성 없는 녀석,,

벨베데레궁전에 있는, 미술관이었다. 무슨 이런저런 배경이야 많겠지만, 나의 기대는, 오로지 클림트의 키스, 달아오른 마음을 달래며, 천천히 하나씩 짚어가며 올라가는데, 보이는, 에곤쉴레, 이젠 왠지 모르게 그림만 봐도 알것 같다....너무 특이하긴 하지만, 레오폴드에서 보았던 것과 왠지 모르게 이어지는 것만 같은 그림들도 있고, 괜히 반가운, 그리고 나온 키스.



난 이 그림이,, 참 아름답지만, 아름다우면서도, 참, 슬퍼진다, 물론 화가는 클림트이고, 그림의 배경들도 알고, 그렇지만, 그냥 그림만 본다면,,왠지 남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고, 꽃이 피어있는 절벽, 애타게 무릎꿇은 여인, 눈물이 맺혀있을 듯 감긴 눈, ,, 왠지 어딘가로, 사랑에 의함일지도 모를 무엇인가에 내몰린 여인의 마지막 꿈이라고 생각이 되더라, 슬픈, 안타까운,

그림이라는 것, 간밤에 매니저님이 말씀하시기론, 알아야 한다라고 언질을 주셨고, 찾아가기전에 공부하라고 하셨고,, 뭐 알면 좋지만, 글쎄, 모든 그림들이 다 그렇진 않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그림이라는 건, 화가의 언어이고, 눈이라는 귀를 통해서 내가 그 언어를 듣는 것. 모든 말을 다 주워담을 필요가 없듯, 미술관에 있는, 세상에 있는 모든 그림들을 다 알아야하고, 사랑하고, 감동받고, 그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간혹가다, 나에게, 떨림을 줄 수 있는, 자극이 되는, 그런 걸 감지하고, 느끼고, 기억하고, 되뇌이고, 늘 새롭게 받아들이며, 사랑할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그게 그림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화가가 누구고 화풍이 무엇이고, 이 등장인물들이 누구며, 기법이 무엇이며,, 이런 것들보다, 차라리 그림을 가지고 초딩스런 농담을 할 수 있는 것이, 더 그림에 충실해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
한 미술관에서, 그림 한점, 화가 한명만 발견한다면, 그것만으로 엄청난 수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면에서, 난, 행운아, 히히, 빈을 안왔더라면, 내가 이를 알기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더 헤매야 할까,


지친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오니,,, 한없이 피로가 몰려오더라. 이 모든 여운에 젖어있는 것도 잠시, 그래도, 혹여나 구할지도 모를, 콘서트 떨이표를 위해서,, 스테파네츠 성당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Zara가 있길래, 티셔츠도 하나사고, 모자도 하나 사고, 또 초콜릿 사고, 또 햄버거 먹고, 이렇게 바닥에 돈을 질질 흘려가면서 도착한 성당, 인터넷으로 확인했을 때는, 45유로, 32유로 두개 있다더니, 막상 와보니까, 15유로 짜리도 있었다. 구하고, 방황하며, 별의별 인간 군상들을 들여다보다, 시간이 되어 자리를 잡았는데, A석 부럽지 않은 자리였다. 성당안을 가득 채우는 Requiem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음악들.



솔직한 말로, 엊그제, 짤쯔, 미라벨에서 듣고온 콘서트보다, 약간은, 구성이나 테크닉 면에서 밀리는게 사실이지만, 훨씬 아늑한 분위기였다. 성당안이라서였을까, 좁은 공간이 아니라, 성당 전체에서 메아리치는 음악들, 그리고, 연령이 있으신 분들이어서였을까,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오히려 크리스마스 전야제 같았다는,,

어쨌거나, 바람이 몰아치는 와중에도, 따뜻한 빈의 밤.
긴,, 여운.

by 회월 | 2007/08/11 06:23 | viaje. | 트랙백 | 덧글(0)

Day 10 - Salzburg, Hallstatt, Wien,

원래 계획이라면, 할슈타트에서 2박을 해야하지만, 구리구리한 날씨도 그렇고, 왠지모를 거부감도 그렇고, 괜한 욕심도 그렇고 해서, 빈으로 방향을 틀었다. 체력적으로 심하게 압박이 들어오고, 실제로 빈을 가더라도 투어할 시간은 하루정도 밖에 여유가 생기지 않지만, 그래도, 욕심을 내서, 수정했다. 함께 하고싶다는 대만친구를 옆에 끼고= _ =, 이른 아침에 YOHO를 나왔다.
3일째 이어지는 구름낀 하늘, 한없이 우울해지고싶었지만, 우리 대만 친구분이 가만 놔두시질 않는다. 약간은, 혼자 있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다, 인연이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짧은 영어로 농담하면서, 도착한 할슈타트.



한없이 아름다운 곳. 같은 호수지만, 루체른과는 다른 맛. 왠지 좀더 소박하고, 맑은 느낌, 비에 젖은 것도 좋다만, 바알간 햇살이 내리쬐었다면 좀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마냥 느낌에 젖어 있기엔, 날 밀어붙이는 빗방울들, 소록소록, 비가 내리는 호수 한가운데에, 만약 혼자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한도 끝도 없는 우울함에 빠지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



이런 날 알아챘을까. Ph.D를 하고 계시는 대만분이,, 소금광산을 가자고 하신다. 그것도 걸어서. 허허, 끌고가는 사람이나, 따라가는 사람이나, 사전 정보 없이, 출발한 여행 답게, 생각없이 올라갔다. 한도 끝도 없는 계단, 오르막,

첨에는, 유명한 곳인데, 왜이렇게 가는 사람이 없지? 아침인가, 하는 생각부터
그러다, 이렇게 높은 곳을 걸어서 올라가는 건 말이 안되라며,
나중엔, 걸어온게 아깝자나, 하면서, 바득바득 기어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 만난 독일 아가씨와 담소를 주고받으며, 한시간쯤 올라갔을까,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후에야 도착한. 소금광산. 내 스스로가 그냥 뿌듯했다. 마치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엄홍길 대장님의 마음이랄까. 뭐 내용은 별거 없었지만, 잘생긴 가이드님과, 너무너무 귀여웠던 아이들, 그리고, 생뚱 맞은 슬라이드,,, -내가 35km/h찍어서,, 가이드가 칭찬해줬었다는...-덕분에 재밌게 보냈다.

일정은 정해져있는데, 너무 많이 소비한 시간.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호수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젖어들고 싶었던 계획은 송두리째 날라가고, 빈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지친 마음, 지쳐가는 몸, 약간은 쫓기듯 싶었던 엽서들을 마무리 짓고, 졸다가 도착한 빈.

폭우를 뚫고 숙소를 찾아다녔지만, 왜 보이지 않는건지, 마냥 헤매다, 옷, 가방, 모두 흠뻑 젖은 후에야 도착했다. 허나 아랑곳 않고, 한국 사람들과 어울려 이야기나누고, 놀고, 마시고, 그러다 깊어진 밤.

여전히 쏟아지는 폭우,,, 한국도 이렇다는데, 내일부터 어떡할지, 걱정뿐, 허허,
얼마나 많은 빈을 볼 수 있을까, 어떤 모습으로 날 기다리고 있을런지.

by 회월 | 2007/08/10 06:21 | viaje. | 트랙백 | 덧글(0)

Day 9 - Salzburg,,

눈을뜨고, 아침얻어먹고, 또 한사람 보내고, 다시 여행은 시작되고,



어제만큼이나 우울한 하늘이었다. 동유럽이라서 그렇다라고 밖에 생각하게 만드는 저 하늘, 대체, 파리와 스위스의 그 맑은 하늘은 어디로 간 걸까. 이른 시각에, 관광명소라 이름 붙어진 곳이 아니라,, 길가에 벤치에 앉아있노라면, 관광객이 아니라 이 나라의 사람들이 지나간다. 자전거도 타시고, 운동도 하시고, 송아지 만한 개들과 산책들도 하시고. 셔플된 음악이 신기하게도 눈앞에 펼쳐진 이 영상들과 겹쳐져, 하나의 컬트가 되어 날 기분좋게 해준다.

딱히 끌어당기는 곳도 없었고,, 그래서 마냥 돌아다니다, 성이 보이길래, 올라갔다. 전망을 제외하곤, 대체ㅎㅎ 진주성을 보는 듯한,, 한국이나, 오스트리아나, 어쩔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힘들게 걸어올라간 시간이 아깝게, 속성으로 끝내버리고, 구석에서 엽서만지작 거리다, 내려왔다. 쭐래쭐래, 건들건들, 그냥 돌아만 다녀도 좋았다. 예상했던 딱, 그 짤쯔, 개랑 싸우려는 말들을 다독거리며 돌아다니는 마차, 초상화그려주는 화가들, 신나게 연주하는 음악가들, 딱 그 정도의 짤쯔, 흐,



그러다, 불쑥 마음이 바뀌어서 마리오네뜨 표를 구매했다. 그리곤, 또 여기저기 헤매다, 저녁에 하는 콘서트 티켓까지 구매해버리고,, 이 계획성 없는 지출..



한국에서도 인형극을 본 적이 없어서일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들으면 다 알만한 모짜르트의 오페라 테마들을 보여주는데, 허허허, 너무 신기하더라. 어린아이마냥, 입벌리고, 멍하니 보다가 웃고, 또 머엉,, 옆자리에 있던, 파란눈의 여자아이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리곤, 돌아다니다 이것저것, 또 질러대고 -흐윽, 돈이 바닥나간다...- 잠시 쉬다, 콘서트를 갔다.
미라벨스쿨이라는, 음악학교로 추정되는 곳에서 열린, 콘서트. 황금색으로 치장된 작은 방 안에 가득한 사람들.



브람스, 바흐, 쇼팽, 리스트 등의 피아노 독주곡들, 오페라 마술피리의 테마 몇곡, 카르멘과, 브람스 춤곡의 바이올린 부분들,,
참으로 오랫만에, 살아있는 음악을 들었다. 한국에 있었을 때, 중간 중간, 몇번의 기회가 찾아왔었지만, 변덕이 죽끓듯하는 파트너들의 변심으로 다 무산되어, 근 몇년 만에,, 처음으로 듣게 된 것.
그간 접했던 연주회는 모두 넓다란 홀에서 공연되었는데, 작은 방에서 공연되어서일까, 방안 가득 채우고, 사방에서 귀를 몰아치는, 스피커가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피아노 스스로의 힘으로, 바이올린 스스로의 힘으로, 목소리 자체가 내 귀를 파고드는 것을 느끼게 되고, 이는 말로 표현 못할, 그런 감동이었고 전율이었다.
바이올린도 좋았고, 성악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소름돋게 만들었던 것들은 피아노 독주곡들, 브람스,,로 추정..되는 익숙한 흐름이 방안을 맴돌면서 쏟아져나오기 시작하자, 머리에서 발끝까지 뻗치는 떨림, 소름, 결코 오바가 아니다 이건. 그리고 다음곡, 다음곡, 다음곡으로 넘어갈때마다 계속되는 감동... 그리고 마지막에, 리스트의 에뛰드에서의, 그 ... 흐으,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끝나고 나니, 밤이었다, 야경도 없고, 저 멀리 호엔성의 불빛만 보이고,, 어둡고, 조용한 밤, 온몸 가득 물들어버린 짙은 여운, ,, 괜히 따뜻한 밤.

허허, 너무 행복한걸,
사랑해 짤쯔.

by 회월 | 2007/08/09 06:47 | viaje. | 트랙백 | 덧글(0)

Day 8 - Lauterbrunnen, Salzburg...

짤쯔로 가는길,




어느덧 익숙해져버린 정취, 아마도 창밖은 습기가 가득 머금어져있을테지만, 열차안은, 큰소리로 전화를 받으면서 잠을 깨우는 독일아주머니 한분, 기차소리, 그리고 맥에서 들려오는 시즈루의 목소리, 이젠 영화대사따위에 감동을 받을, 의미보다는 희망을, 유치한 아이로서의 희망을 주는 일본영화를 보며 만족을 느낄, 그런 나이는 아니지만,,, 아직은 어린가보다.
줄곧 희망을 갖곤 한다. 이젠 무엇을 바라는 희망인지도 정확하게 모르면서, 상상하고, 바라고, 꿈꾸고,. 무엇을 위하는 지도 모르고 무엇에 의한 것인지도 모르면서, 막연한 희망, 이런 희망이 이젠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누구앞에서건 어린 티를 내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녀석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꿈꾼다.



창밖으로 오스트리아의 자연이 펼쳐지고 있다. 깎아 내릴 듯한 절벽, 초원, 숲, 호수, 내 주변엔 모두들, 수염가득한, 바알간 얼굴의 외국인들, 잠을 자고, 책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네들, 나혼자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 같아서, 이 아름다움을 다 내가 독식할 수 있는 것 같아, 행복하다, 하염없이 밖을 보고 있노라면, 내 얼굴색을 잊어버리게 되곤한다. 백인인지, 황인인지, 흑인인지, 그냥, 말그대로, 정말, 흐르는 강물처럼, 여기에서, 저기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조금씩 작은 가루가 되어가며, 떠다니는 것처럼, 원래의 나는 좀처럼 찾을 수 없다.
다만,,망각할수록, 진해지는 흔적, 향기,

누군가에게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스스로, 수도없이 되뇌이던, 나의 기억에 대해, 내 모든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인 망각에 관해.
이전의 모든 것을 놓쳐버리고있고, 지금갖고 있는 모든 것들이 과거의 끈들의 끝에 매달려 있음이 분명한데, 그 끈의 시작이 보이지 않는다고,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모든 것이 의아하다, 수년, 십수년 전의 것들은 말할 것도 없음이고, 2년동안 몸담았단 그곳과, 지금, 아니 얼마전 까지 내가 서울에서 살아온 곳에서의 삶과, 사람들, 모두들, 당연한 지금의 현실의 근거가, 희박함을 알때의 불안감, 단순히 무엇인가가 생각이 나지 않음이 아닌데, 그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서울에서의 현실에는 항상 옆에 다양한 의미를 가지며, 나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많은 사람이 있기에, 그 지나간 나날들이 있었음을, 흐릿하게나마 믿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모든게 없어진다면, 얼마 지나면, 지금 이 순간도 그렇게 될 성 싶지만, 남는건 현실뿐, 뭐,여행에서 사진밖에 남는 것이 없다는 건, 그 여행, 그 감흥을 증명해줄 것이 사진 말고는 없기때문이 아닐까,


누구나 잊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만큼, 잊는 것도 두려워할듯 싶다, 다만, 누군가는 그 두려움을 늘 새롭게 채워나가는 것일테고, 또 어느 누구는, 기억이나, 기록에 기대어 하나하나 그 과거를 더듬어갈테고, 한편으론, 나같은 이들은, 발만 동동구르며, 허공에의 집착, 혹은, 포기, 둘중 하나를 선택하지 앟않을까.

그래서, 늘 안달한다, 더 많이 기억되고 싶어서, 더 많이 기억하고싶어서, 많은 것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람과 세상과 많은 것을 나누고, 많은 것을 느끼고 싶고, 그 감정들을 간직하고 싶어서,

그리고, 소중한 존재에 대한 간절한 욕심, 바람,
아닌걸 알지만, 혼자라는 걸 알지만, 아니 아는 척을 하려 하지만, 더, 집착하게 되는 것.

나의 걱정은,,
스쳐지나가면서 외면할 수 밖에 없는 곳들에 대한 아쉬움, 지나간 것들에 대한 그리움, 앞으로 밀려올 모든 그리움들에 대한 안쓰러움,
그리고,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슬픔,





돌아가면, 달라질까, 변할까, 더이상 그러지 않을까, ,,

by 회월 | 2007/08/08 06:14 | viaj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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